느린 여행/2013 8월 러시아

2013 바이칼 대장정 - 셋째날

둘베 2013. 9. 9. 20:52

 

2013. 8. 22. 목요일

잠자리를 가리는 나는 둘째밤인 오늘도 새벽3시에 눈이 떠졌다. 잠에서 깨자마자 내가 생각한 건 머리를 감아야 겠다는 것!!!

새벽이니까 사람도 없을거야... 지금은 어디지? 오래 정차하는 곳은 아직 많이 남았군... 그럼 화장실을 잠그러 오지도 않을거야.... 지금이야...!!!!! 이런 계산들을 하며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했다. 샴푸와 수건... 그리고 <인간의 조건>을 보면서 준비한  샤워용 구멍뚫린 패트병뚜껑!!!! 이에 걸맞는 패트병만 있으면 되는데, 첫날 마트에서 산 1.5L짜리는 세면대에 들어가질 않고 아침에 받은 사이즈가 딱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는 사람들 깨우지않고 패트병을 찾기위에 몸부림 쳤으나.... 나오질 않았다 ㅠㅠㅠ 내 뚜껑은 이렇게 무용지물이 되고... 결국 컵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시간표를 확인하고 왔지만, 금방이라도 차장언니가 노크를 할것같은 불안감이 엄습하는 가운데 열심히 머리에 물을 묻혔다.   아 근데 찬물밖에 안나와서 (내가 뜨신물 트는 방법을 몰랐는지도..) 머리를 충분히 적실수 없었고... 불안감이 계속 커졌던 나는 결국 비누칠을 앞머리에만 하는 걸로.... 그치만 물만 묻혔는데도 한층 개운해진 느낌...!!! 대신 머리감을때 썼던 컵은 열심히 설거지를 해왔다능....

머리를 말리며 일기를 좀 쓰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9시쯤 일어나보니 Amazar역에 도착했다. 온순한 길개(길고양이의 반댓말?)들이 몇마리 돌아다녔다. 그리고 블루베리같이 생긴 열매들을 한 양동이씩 팔고있었는데, 바로 뒤의 산에서 따온 싱싱한 열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열매라고 해서 궁금했는데 한동이씩 팔아서 사먹을수가 없었다. 마침 박창식 아저씨께서 옆의 다른 분께서는 한봉지씩 팔았다며 한움큼 주셨는데 시큼새큼한 것이 계속 손이 갔다. (옆집 이모님들은 다음 역에서 사겠다고 벼르셨으나 다음 역에선 팔지 않았다는 ㅠㅜ)

 

(Canon AE-1 / 200 ) Amazar역의 모습. 표를 확인하는 올랴가 보인다.

(Canon AE-1 / 200 / by 효정) Aamazar역에서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강창석, 박창식 아저씨와.

 

그 이름모를 열매들을 먹고 난 흔적.... 원래는 열매를 찍을 생각이었으나 어느새 다 내 뱃속에 가있었다..!!!

 

열차 칸을 다 아는 사람끼리 쓰니까 요렇게 앉아서 마주보고 수다떨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ㅎㅎ

 

열차 옆을 달려가는 자동차 한 대. 광고의 한 장면 같구만!

 

차창 밖으로 계속되는 그림같은 풍경.

 

2층침대가 이렇게 생겼습니당. 열차칸이 참 좁죠. ㅎㅎ

 

출발하기 전에 나눠준 전투식량.

줄을 당기면 막 열이 나면서 김이 모락모락. 차장언니가 이거 뭐냐고 묻기도 했었다 ㅋㅋ

세가지 맛 중에 마파두부덮밥이 참 맛있었다!! (시중에서 6천원정도 한다고 한다. 비싼 밥이었다...!!!)

 

계속되는 풍경. 날씨가 좋아서 참 다행이다.

 

ㅎㄱ언니가 출발전 마트에서 샀던 과일을 씻어서 다같이 먹었다.

며칠만에 싱싱한 과일을 먹으니 참 좋다 ㅠㅠ 자취생들의 과일사랑이 이런것일까.

 

보는 풍경마다 감탄에 감탄... 계속 찍게 되었다.

점점 산이 없어지고 평지가 나타나는게 신기했다.

 

다들 잠을 자길래, 이틀동안 캐리어 안에 묵혀둔 책을 드디어 꺼내 펼쳤다.

창가에 앉아 자연광에 책을 읽으니 참 좋았다. 고개를 들면 위와 같은 풍경이 있고, 배경음악으로는 덜컹거리는 기차소리... 

언제 또 이렇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복도에서 ㅋㅋ

 

열차가 느려졌다. 역에 다 와가는 구나~

 

(Canon AE-1 / 200 ) Chernysh Zab역에 도착. 40분이나 정차하는걸 보면 매우 큰 마을인가보다.

긴 정차시간을 이용해 역사 밖으로 한번 나가보았다.

 

(Canon AE-1 / 200 ) 역사 밖의 마을. 드문드문 있는 낮은 집들, 푸른 나무들 아아 너무 좋다...

 

(Canon AE-1 / 200 ) 울타리에 자라있는 들꽃들.

 

 

이번 역에서도 동네 분들이 음식을 팔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사지는 않았는데 용준아저씨가 만두처럼 생긴 것과 떡갈비 같은 것을 나눠주셔서 한입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물론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과 마찬가지로 위생에 예민하신 분들은 피하는게 좋을수도..)

음식 파시는 분들이 사진을 찍히는걸 원치 않으셔서 정면은 찍을수 없었다 ㅠ_ㅠ

 

(Canon AE-1 / 200 ) 언덕위에 어느 상점이 있었다. 가까이 가 보았다.

 

(Canon AE-1 / 200 ) 가게를 지키는 듯이 앉아있는 개 한마리.

(Canon AE-1 / 200 ) 그리고 축구복을 입은 소년.

웃으면서 더듬더듬한 러시아어로 인사를 했더니 무뚝뚝한 표정으로 끄덕하고 인사를 받아줬다.

아쉽게도 이름이 뭔지 못물어봤네.

 

(Canon AE-1 / 200 ) 잘가요 소년.

 

상점안의 모습. 사탕도 팔고

 

여러 식료품들.

 

군것질 거리들. 이때라도 얄룽까를 샀어야 했는데 ㅠㅠ 공항 슈퍼에서 80루블에 구입....흑흑

 

다시 기차쪽으로 들어왔다. 기차쪽에도 이런 구멍가게처럼 생긴 가게들이 여럿 있다.

 

가게 내부 모습들. 컵라면,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장난감 등등 매우 다양한 상품들이 있다.

저기 네모난 컵라면은 무려 한국 컵라면인 도시락이다!! 러시아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매우 맛있었다 ㅋㅋ

 

가게에서 사먹은 아이스크림. 어제 먹었던 것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다른 맛이었다.

어제먹은 쿠앤크맛이 더 맛있었지만, 이것도 맛있었다! 무엇보다 여기가 10루블 쌌다....!! 20루블.

 

ㅇㄹ이와 ㅎㄱ언니는 오렌지 주스를 구입. 주스도 맛있었다!

 

(Canon AE-1 / 200 ) 우리 열차에 같이 탔던 수백명의 학생들.

이들이 식당칸을 갈때마다 우리칸을 지나쳐서 갔는데 나도 이들이 신기하고 그들도 내가 신기하고 그랬던듯 ㅋㅋㅋ

러시아 애들은 다 이쁘더라. ㅠ_ㅠ 다들 인형같았다.

 

요렇게 찍으니 정말 그림같네.

 

옆집 이모님들이 주신 과자!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ㅠㅠ

너무 맛있어서 봉지에 써있는 이름이라도 알고싶었는데 그냥 비닐에 담겨있던 거라고...수제품인가보다 ㅠ

 

둘째날 인문학 강의.

첫 강의로는, 이르쿠츠크 한인협회 초대회장님이신 이용헌 아저씨께서 고려인들의 삶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두번째로는, 통일문화재단 박창식 상임이사님께서 청와대 출입기자 경험을 토대로 시대와 언론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어제와는 또 다른 맥주! 어제 안시원해서 안마셨는데 오늘것은 시원했었다고 ㅠㅠ

 

Karymskaia역에 도착. 강의갈때 문을 잠그고 가서 차장언니에게 열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는데 역에 도착하는 바람에 들어갈수가 없었다. 반팔 입은채로 밖에 내렸는데 으아 엄청 추웠다!!!! ㅠㅠ 이렇게 금방 쌀쌀해지다니... 열차칸 안에 앉아있기만 해서 실감이 안나지만 이렇게 기온이 바뀌는걸 느끼면서 열차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열차가 출발하고, 차장언니가 열쇠를 가지고 우리 칸으로 오자 우리가 막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그랬더니 나딸리아가 웃으면서 뭐라고 했는데 뭐라고했는지 모르겠다 ㅋㅋ 너네 웃기다 이런건가? ㅋㅋ

밤 12시에 우리는 야식을 먹었다. ㅎㅈ이와 ㅎㄱ언니가 식당칸에 가서 햇반을 데워와서 반찬을 꺼내어 신나게 먹었다. 기운없던 언니가 맛있게 먹으니 보는 내가 다 뿌듯했다는....ㅋㅋㅋㅋ

밥을 먹고나서 도란도란 또 얘기를 하다가 1시쯤 Chita역에 도착했다. 

Chita역의 모습. 매우 큰 역인데, 새벽이라 불이 다 꺼져있어서 아쉬웠다.

 

 위쪽 사진의 오른쪽 위에있는 동그란 것이 달이다. 휘영청 뜬 달 덕분에 역사가 더 에뻐보였다. 밑에는 역에 있는 마트중 하나. 저기에 TC삼촌과 가서 요구르트를 샀다.

어둡고 고요한 역사의 모습.

아저씨들이 들어가신 마트에 따라 들어가봤다. 소세지도 팔고, 담배, 술도 팔고.

 

요게 요구르트! 크다! 낮부터 요구르트를 사고싶어 했던 ㅎㄱ언니의 말을 기억하고 TC삼촌이 살거면 나가자고 해서 내가 대신 나가 사왔다. 막 수박맛도 있었는데 베리베리한 그림으로 골랐다. 러시아 유제품이 참 진하고 맛있는 것같다. 다들 맛에 감탄했다는~ 

머리맡 등을 켜고 일기를 쓰다가 한컷...ㅋㅋ 아 벌써 그립다.

 

*따로 적혀있지 않은 사진은 갤럭시 노트로 촬영.

*모든 사진과 글은 무단사용 불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