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3. 8. 24. 토요일

 

부스스 눈이 떠진 아침. 일어나보니 천장의 벌레들은 다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다. ㅎㅈ이는 아침을 먹지 않아서 나만 어슬렁 어슬렁 호텔 1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어제 호텔 들어가면서 봤던 입구로 향했으나.... 아... 여기는 입구가 아니었다... 문은 잠겨있었다.    흑... 멍청한 머리덕분에  쌀쌀한 아침공기를 마시고 정신이 확 들었다. 입구는 호텔 로비 접수대 바로 옆에 있었다.

벌써 많은 분들이 일어나서 아침을 드시고 계셨다. 우리 일행 말고도 호텔에 묵는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어젯밤에 맥주한잔 할까 싶어서 오려다가 피곤해서 못왔는데 조금 아쉽다. 밤에 오면 또 다른 느낌으로 멋있었을 것같다.

 

아침은 뷔페형식으로 차려져 있었다. 아침은 한식파이기 때문에 조금만 가져왔는데 맛있었다. 자리가 없어서 두리번거리다가 용준 아저씨와 옆집 이모님들이 계신 테이블에 한자리 비어서 같이 앉아서 밥을 먹었다. 아침 인사를 나누다가 어젯밤에 산책나갈까 하다가 안나갔다고 했더니, 용준 아저씨께서 큰일날뻔한 어제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떤 헐랭한(?) 남자가 다가와서 친근하게 인사하더니 뭔가 표정이 바뀌었다고 했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경찰들이 쫓아내서 무사하셨다고 했다. 휴... 어제 마트에서 봤던 술취한 남자가 생각났다. 사람사는 곳이기 때문에 크게 겁낼 필요는 없지만,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범죄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겠다.

나는 공지를 못들었는데 알고보니 짐을 싸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이자매들이 늦게온 이유가 있었다. 서둘러 밥을 마시고 방으로 돌아가 짐을 꾸렸다. ㅎㅈ이는 이미 다 꾸려둔 상태였다. 으아으아 부랴부랴 짐을 챙기다 보니 수박맛 요거트를 두고왔다   ㅠ_ㅠ 다음번 러시아 여행을 기약해야겠다...

 

짐을 끌고 호텔앞에 정차된 버스로 향하는데, 신혼부부 친구들인지 자동차를 풍선과 리본으로 꾸미고 있었다. 내가 보다가 눈이 마주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더니 '스파씨바~'라고 웃으며 말했다. 좋은 친구들을 두셨네. 행복하시길!

 

시베리아 경제포럼에 참가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 우리 일행은 두 버스로 나뉘어 타고서 사장님의 해설을 들으며 오늘의 일정을 시작했다.

먼저 들른 곳이 스빠스까야 교회. 1710년 카자크 기병대에 의해 완성된 교회로, 이르쿠츠크에서 두번째로 세워진 석조건물이며 동시에 이르쿠츠크에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교회건물 외벽에 벽화가 그려져있어서 신기했다. 듣자하니 문화재급의 가치가 있다고!

멀리서 본 모습. 아쉽게도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길 건너편에도 무지 크고 웅장한 목조건물이 있었다. 검색해보니 시베리아 유일의 카톨릭 성당으로 과거 이르쿠츠크 대화재때 타버렸으나 전세계의 카톨릭 신자들이 성금을 모아서 다시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교회 앞에 엄청 특이한 차가 세워져 있었다. 다들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저 위에 있는건 뭐지? 망원경?? 아 궁금한데 말을 못하니 물어볼 수도 없고....ㅠㅠ

다음으로 간 곳은 성모 마리아상이 있는 곳이었다.

과거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카잔교회가 있었는데, 1932년 소비에트 위원회는 카잔교회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이르쿠츠크 소비에트 위원회 회관을 짓기로 한다. 그후 2001년 일부 사람들이 뜻을 모아 성모 마리아 상을 모신 종탑을 세우고 카잔 교회를 추억하고 있다고 한다.

(Canon AE-1 / 200 )

 

거리가 이렇게 드넓다니...

횡단보도도 엄청 크고 길다...!!

활짝 피어있는 꽃들... 여기서 피어난걸까, 우리학교처럼 가져다 심은걸까. 부디 오래 살으렴...

(Canon AE-1 / 200 ) 키로프광장에서 타고있는 영원의 불 (베츠늬이 아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르쿠츠크 출신 참전용사는 20여만이었고 그중 5만여명이나 전사했다고 한다. 그들을 기리는 영원의 불. 365일, 24시간, 비가와도 눈이와도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주의국가 시절에 결혼한 커플은 꼭 이곳에 와서 맹세(?)같은걸 했어야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 풍습이 남아서 결혼한 커플들은 여기에 와서 잘살겠다고 다짐(?)을 한다고 한다. 뒤에는 일본인 관광객들. 곤니찌와~

 

이르쿠츠크 중앙공원인 키로프 광장에 피어있는 꽃들. 1935년부터 키로바 광장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젋은 볼셰비키인 '네르게이 키로프'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키로프 장군은 이르쿠츠크에서 레닌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분이 세르게이 키로프인가?? 가슴에 훈장이 10개나...!!!

햇살 좋은 날, 키로프 광장의 모습.

육교를 건너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바닥에는 뭐라고 쓰여있는 걸까?? 아아 읽고싶다...!!!!

 

파노라마로 찍은 육교위 모습.

이것도... 뭐라고 쓰여있는거야!! 하트가 그려진걸 보니 사랑맹세일까??

 

(Canon AE-1 / 200 )

 

ㅎㅈ, ㅇㄹ과 함께 한 그림자놀이.

 

육교를 건너면 드넓은 앙가라강을 만날 수 있다. 정말... 파노라마 못쓰겠구만..!!

앙가라강은 바이칼호수에서 나오는 유일한 물줄기이다. 빠른 유속으로 10km가량은 1년내내 얼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 바깥 온도는 영하 30~40도인데 물은 얼지 않으니 수증기가 난다고...!! 그래서 이르쿠츠크의 별명중 하나는 아이스크리 도시라고 한다.ㅋㅋ 겨울에도 와보고싶다!!

오오 러시아 앙가라강변에서도 만날수 있는 태극권..?!

(Canon AE-1 / 200 ) 수많은 사랑의 자물쇠 가운데 무지막지하게 큰 돌자물쇠. 이 커플... 안녕 하시려나?

 

이 동상은 카자크 동상. 징기스칸에 의해 400여년간 지배당하던 시베리아에 1500년대 말 카자크인들이 우랄산맥 동쪽을 넘어 와서 1661년 이 곳에 이르쿠츠크라는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이 총을 가지고 있었기에 원주민들이 모두 항복을 했는데, 부리야트족만 저항을 했었다고 한다. 동상의 가운데에 있는 문장은 흑호랑이가 담비를 물고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이르쿠츠크의 문양이다. 2011년이 이르쿠츠크시 탄생 350주년이었어서 이를 기념하는 동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동상 건너편에 있던 교회. 검색해보니 '주현절 교회'라고 한다. 햇빛이 강해서 사진에서는 어둡게 나왔지만 채색이 참 예쁜 건물이었다. 러시아정교회랑은 다른 교회라고 한다.

(Canon AE-1 / 200 ) 강변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금발의 여인.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옆모습을 찍고 싶었지만 사색을 방해할까봐 뒷모습을 담아 왔다.

우리 한강에서 낚시하는 분들처럼 여기 앙가라강에도 낚시를 하는 분들이 여럿 계셨다.

(위 두장 Canon AE-1 / 200 ) 으흐 그림이 되는걸~

머리위를 지나가는 비행기 한대. 이르쿠츠크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인가 보다.

모스크바로 가는 문. 검색해보니 이르쿠츠크시 설립 350주년 기념으로, 모스크바의 유럽-아시아 경계지역에 세워져있던 문을 이리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왜?? 예쁘긴한데 의미로 따지면 제자리에 있는게 나을것같은데... 다른이유가 있을거야...

문 앞으로 보이는 드넓은 거리의 모습.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이렇게 이르쿠츠크 시내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서 벼룩시장을 향해 갔다. 오늘 일정중에 가장 기대되는 순서!! 평소에도 벼룩시장, 야시장 이런걸 좋아해서 매우 두근두근거렸다. 오래된 물건 많이있었으면 좋겠다!

버스에서 내려서 시장을 향하는 길에서부터 이런저런 물건들을 많이 팔았다.

 

(Canon AE-1 / 200 ) 자동차 부품 등 여러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

요러코롬 줄을 연결해서 옷도 걸어 놓고 팔았다.

양쪽으로 펼쳐진 장터에 정신없이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시장에 도착.

자동차 뒷문을 열고 트렁크에서 강아지나 토끼를 파는 사람도 많았다.

(Canon AE-1 / 200 ) 만져보고싶었던 왕 큰 개.... 즈드라스트 부이쩨?

닭도 있고~ 말만 많이 들었던 칠면조를 산채로(!) 본 것은 처음! 엄청 크다!!! (가운데 사진 트럭에 있는 우리에 있는 검은게 칠면조인듯!) 그리고 맨 아래사진 닭도 상상초월...!!! 닭 맞지 너...???

(Canon AE-1 / 200 )

 (위 두장 Canon AE-1 / 200 ) 이런저런 소품들도 팔고.

 (Canon AE-1 / 200 )

중고시장에서 만난 한 부자. (부자...맞나? 손주인가..??) 물건중에 카메라가 있어서 만지작 거렸더니 나에게 흥정을 붙였었다 ㅋㅋ 500루블이었나?? 무지 쌌었는데! 무게가 좀 나가서 패스했다. 다른분들이 막 구경하시는 와중에 내가 물건들 늘여져 있는걸 찍으려했더니 아저씨가 자기아들 찍으라고 ㅋㅋ 아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시길래 그럼 아저씨랑 같이 찍겠다며 내가 붙여놨다 ㅋㅋ 무뚝뚝해보이지만 친절한 러시아 사람들. 내가 좀더 말이 되면 좋을텐데 ㅠ_ㅠ

 

일행 분들이 뱃지를 사시길래 나도 관심이 생겨서 막 구경을 했다. 같은 디자인이 여럿 있는걸 보니 정말 예전 뱃지는 아닌듯 했으나 여러가지 예쁜 디자인들이 많았다. 아빠랑 동생이 좋아할 것같아서 열심히 골랐다. 가이드 학생분을 귀찮게 하며 뱃지의 의미도 물어보고. 여기서 2개를 사고 버스를 타러 가다가 2개를 더 샀는데 뱃지를 좀 더 여러개 살껄!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값도 싸고 선물하기 좋았을 것같은데.. ㅠㅠ 왜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에휴 러시아어 공부해서 또 가고 말리라. 뱃지구경하는 나를 ㅇㄹ이가 찍어주었다.

 

(Canon AE-1 / 200 )

뱃지도 구입했겠다, 할아버지에게 사진찍혀달라고 웃으면서 부탁했더니 쓰고계시던 안경도 벗으시고 ㅋㅋ 돌아가는 우리에게 손으로 경례를 하시며 인사해주셨다. 많이 파셔서 기분이 좋으셨던듯!

그래도 아빠를 위한 선물로는 너무 부족한 듯해서 버스로 가는 길에 뜨거운 컵을 들수 있게 해주는...뭐라고 해야하지 그런 컵받침을 봤는데 800루블을 부르더라. 가이드 학생분이 너무 비싸다고 손사레를 치셔서 말았는데, 집에 돌아올때 루블이 막 남아서 그때 그걸 살껄...ㅠㅠ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아빠선물로는 딱이었는데!... 그리고 버스타기 직전에 중고책을 하나 샀다. 정말 스토리를 하나도 모르고 표지와 책디자인만 보고 구입했는데... 언젠가 이걸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시나 기대에 걸맞게 여태까지 일정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벼룩시장! 시간관계상 30분밖에 있지 못한게 너무너무 아쉬웠다 ㅠㅠㅠㅠ 좀더 오래 있었으면 여유있게 이것저것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오래된 예쁜 주전자같은 걸 구입하신 분도 계셔서 부러움의 눈초리도 보내고...ㅋㅋ 패키지 아니어도 이런데 올 수 있을까?? 다음에 이르쿠츠크에 또 온다면 다시 구경오고싶은 곳. 유적지나 기념비를 보러 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게 더 내 스타일이라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카잔스키 대성당을 향해서 무브무브.

 

버스에서 내려서 성당으로 가던 길에 본 목조주택. 러시아 집들은 이렇게 창문을 화려하게 꾸며놓은 곳이 많았다. 어릴때 가지고 놀던 레고에 이런 창문들이 있었던게 생각났다. 우리는 항상 네모난 창문만 생각하는데, 이런것도 참 신기했다. 창문에 달린 저 문은 닫히는 걸까??

전깃줄에 달린 X표시 나무... 저건 뭐지?

차가 너무 귀엽다 ㅋㅋ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화려한 모습의 카잔스키 대성당.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사이좋은 부자의 모습.ㅎㅎ

어느 각도로 찍어도 아름다운...!!

화장실이 있다길래 들어가기에 앞서 화장실로 향했다. 타지에 있으니 괜시리 화장실도 찍고...ㅋㅋㅋㅋ 앞에 피어있는 노란꽃이 이뻐서 찍었다. 꽤나 기다려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화장실이 변기가 아니라 그냥 구멍이 하나 바닥에 있는... 그런 곳이었다. 아직 배가 불렀던 나는 아직 급하지 않다며 기다린 시간을 포기하고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 곳이 양호한 곳임을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나.............ㅋㅋ....)

화장실 앞에 놓여있던 모형. 아마 크리스마스에 쓰이는 것인가 보다.

뒤늦게 대성당 실내로 들어가니 이미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아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무슨 행사가 있는걸까?

성당 실내의 아름다운 벽화들을 한번에 담을 수가 없어서 영상을 촬영!

 

뭔가 아기들이 그린듯한 그림이 벽 한켠을 장식하고 있었다. 귀엽다.ㅋㅋ

정교회는 뭐라고 해야하지? 사제님? 목사님? 께서 뭔가 말씀하고 계셨다.

그리고는 다들 뒤를 돌아서 어떤 의식(?)같은걸 했는데 뭐였을까? 하얀 옷을 입으신 분은 수녀님(?)이실까?

 

문에도 스테인드글라스가 되어있는... 예뻤다.

나오면서 한컷 더. 쓸데없이 화장실 줄서느라 시간이 모자랐던게 아쉬웠다 ㅠㅠ 바보멍청이!!  성당 안에 성물을 파는 곳도 있었는데 신자가 아닌 내눈에도 반지들이 참 예뻤다. 고를 시간이 부족해서 패스했지만... ㅎㅈ이는 가족이 모두 성당에 다닌다며 여기서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구입했다.

 

대성당을 뒤로 한채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서, 포럼 참석자들을 데리러 앙가라 호텔로 다시 향했다. 포럼도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어젯밤 어딜가지 고민하다가 관광쪽을 택했는데, 포럼에 참석하지 못해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벼룩시장이 많이 재미있었으니깐!! 괜찮다! 나중에 자료집이라도 읽어봐야지.

 

모든 일행을 태운 버스는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도착한 곳에서 내렸는데 저런 멋진 건물들이 있는 시내에 도착. 저 포스터는 뭘까? 뭔가 공연을 하는 걸까?

 

 

우리가 밥을 먹은 식당 입구.

식당 내부. 밤에 와도 멋있을듯!

 

열차에서 먹었던 빵이 너무 맛이 없어서... 기대를 안했는데 이 빵들은 맛있었다!!

러시아는 점심에만 국이 나온다고 한다. 고수향이 강했지만... 그래도 따뜻해서 차가운 것보다는 먹을만 했다. 기름기진한 육개장같은 맛?? 그러나 몇숟갈 먹지 못했다 ㅠ_ㅠ 남겨서 죄송해요....

메인메뉴! 닭고기에 가지, 오이, 파프리카, 토마토 구운 것과 샐러드. 오오 파프리카를 구워도 맛있구나! 싹싹 비웠다.

밥을 먹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앞 작은 광장을 산책했다.

 (Canon AE-1 / 200 )

(Canon AE-1 / 200 )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Canon AE-1 / 200 ) 건너편 거리의 모습. 건물이 참 이국적이다.

배도 든든히 채웠겠다, 우리는 이제 알혼섬으로 가기 위해 6시간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나는 어쩐지 버스에서도 그닥 잠이 오지 않아서 계속 바깥 풍경들을 봤다. 창을 통해 찍은 사진이라 선명하진 않지만, 함께 감상하시죠 -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과 푸른 하늘. 평생 볼 지평선을 이번 여행에서 다 보는듯. 다시한번 우리나라가 정말 산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 봄에는 이 드넓은 평원에 꽃이 만발하다고 한다. 아...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봄에 다시한번 꼭 오고싶다.

러시아는 소를 이렇게 풀어놓고 키운다고 한다. 문을 열어두면 소들이 알아서 나가서 풀을 뜯다가 돌아와서 잔다. 우리는 울타리를 쳐서 소를 가두지만, 러시아는 울타리를 쳐서 소가 들어가면 안되는 곳을 막아둔다고. 그래서 소고기가 우리나라보다 맛이 덜하다고는 하지만, 소에게 있어서는 참 살기 좋은 나라임이 분명하다.

그림같다...

계속 달리다가 부리야트족의 우스찌아르다 성황당에 잠시 멈추었다. 화장실도 들러야 했고, 또 여기부터는 부리야트족의 자치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마을에 있는 성황당 처럼 여기서 우리가 왔음을 부리야트족 신에게 알리는게 관습이라고 한다.

저 뒤에 있는 긴 나무판에는 이와 같이 쓰여있다고 한다.

"이곳은 우스찌아르다 자치구 가운데 가장 기가 센 곳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하늘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저희 주민들이 경의를 표하는 곳이니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은 각자의 종교적 신념이나 국경의 인종을 초월하여 저희처럼 경의를 표해주시기 바랍니다.”

 (Canon AE-1 / 200 ) 드넓은 푸른 평원 앞에서. 모델이 되어달라고 급작스럽게 부탁드렸다 ㅎㅎ

(Canon AE-1 / 200 ) 색색깔마다 소망의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손수건을 묶어두기도 한다고.

후아 여기서 화장실을 갔다가 정신력의 한계를 체험했다. 아까 카잔스키 대성당의 화장실은 정말 양반이었다... 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위해 들어가서 나올때까지 으악!!! 하며 소리를 질러댔고 밖에서 기다리시던 이모님들은 나를 비웃으셨...ㅠㅠ 이 화장실의 구조(...)와 냄새를 견딜수 없으셨던 분들은 화장지를 들고 저 깊은 숲속에 잠시 다녀오셨다... 아 정말 이럴때는  남자들이 너무 부럽다 ㅠㅠ

(그러나 이 곳 조차 양반이었다는 걸... 아직까지도 몰랐던 나....ㅋ....)

 

지신께 입성을 고하고 화장실도 들렀으니 우리의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네 친구들은 어따두고 혼자 풀뜯고 있니?

 

ㅎㅈ이는 수동 영화상영을 시작 ㅋㅋㅋㅋㅋ 팔이 아프다는게 유일한 단점이었다.

 

도로에 가끔가다보면 위와 같은 표식이 있었는데, 뭔지 여쭤보니 여기서 사고로 사람이 죽었다는 표시같은 것이라고 한다. (묘지는 아니고 사고지점 표시?같은...) 아... 알고 나서는 다시 볼 때마다 평온하시라고 마음속으로 한마디씩 하게 되었다.

풀을 뜯고 있는 소떼.

 

오래 달린 끝에 드디어 사휴르따 선착장에 도착. 배를 타고 알혼섬으로 향했다.

 

(위 네장 Canon AE-1 / 200 ) 아름다운 모습들. 내 사진은....누가 찍어주었더라? ㅎㅈ이? ㅈㅇ삼촌?....

 

15분쯤 이동했더니 알혼섬에 도착했다. 바이칼에는 크고 작은 27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크고 또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 알혼섬이라고 한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미니 버스들! 끄아 귀엽다. 검색해보니 '우아직'이라고 부른다고. 알혼섬에 머무르는 이틀동안 이 버스를 타고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한 선착장의 풍경.

다들 배정받은 팀대로 미니버스에 올랐다. 나는 우리 열차칸 4명과 옆집 이모님들, ㅈㅇ삼촌네 부자, 처음뵙는 이모님과 함께   8조에 배정되었다.

 

버스 안 운전석의 모습! 으아 옛날 차다~!!!! 옛날것 좋아하는 내 스타일에 딱 맞았다. 신난다~

 

드디어 출발! 이틀동안 우리의 기사님이 되어준 데니스와 우리 버스를 가이드 해줄 TC삼촌.

 

버스 안에서 본 바이칼 호수의 모습. 크아~

 

이 버스의 단점(나는 완전 재밌었으나 멀미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었던..)은 승차감!! 위의 사진이 흔들림의 정도를 말해줌.

 

잘 모르시겠다면 위의 영상을 클릭하기....ㅋㅋㅋ 나는 다행히 멀미를 잘 안해서 롤러코스터같고 재밌었다. 그럼에도 뒤로 타면 왠지 불안해서 계속 앞쪽만 보고 탔다는....

 

동영상으로도 남긴 바이칼호수의 모습.

 

앞좌석에서 찍은 전경.

우리는 숙소로 가기에 앞서 불한바위에 먼저 들렀다. 불한바위는 아시아 대륙에 존재하는 아홉 곳의 성소 중 한 곳이며 코린부리야트족의 탄생설화가 서려있는 바위라고한다. (검색해서 읽어보니 우리나라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매우 흡사했다. 하이도리라는 나무꾼은 하늘에서 내려와사람으로 변해 목욕하던 백조의 옷을 훔쳐 결혼을 하고 11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어느 날 아내에게 옷을 감췄다고 말하자 아내가 한 번만 입어보고싶다고 부탁했고 나무꾼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안심하고 내어주었더니 옷을 입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나무꾼과 백조 사이에 태어난 11명의 아이들이 부리야트족의 선조라는 전설이다.)

 

저기 보이는 바위가 불한바위.

 

드넓은 호수가. 자꾸 해변가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

 

불한 바위는 모든 샤먼들의 고향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하늘의 신 텐그리가 세상 사람들을 재판하기 위하여 그의 아들 13명을 데리고 이 땅에 내려왔다. 그들 중 가장 힘이 세고 연장자였던 휴테바바이 칸(Khute-baabay Khan)은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에 궁전을 두었는데 그 중 땅의 궁전을 바로 이 곳의 동굴로 정했다. 그는 곧 샤먼의 우두머리가 되어 알혼 섬의 주인으로 추대 되었고 훗날 샤머니즘의 보호자가 되었다고 한다. 훗날 부럇트에게 불교가 보급되면서 이곳은 발구진 부럇트들에 의해 부처를 모시는 장소로 바뀌었다. 이름도 ‘신’이나 ‘부처’를 의미하는 ‘불한’으로 바뀌었다. 볼세비키 혁명 이후 종교가 탄압 받던 시절에는 샤먼들이 숨어 살았다고 전한다.

불한바위는 앞서 말한 아시아의 성소 아홉곳 중에서도 가장 기운이 센 곳이라고. 바위 뒷편에는 동굴이 하나 있는데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 곳에 샤먼이 살았고, 지금도 부리야트족 여성들은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혹시 죄를 많이 지은 여자가 들어가서 신성한 장소를 모독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동굴에 들어 갔다 온 여자는 다시는 출산을 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기도를 하여 축적된 영적인 에너지(氣)가 너무 센 곳이어서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나 어린이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언덕에는 무목(巫木)이 세워져 있는데 각각의 소망의 의미마다 다른 색의 천을 묶어두었다.

사실 여행 당시에는 위와 같은 종교적 의미는 몰랐다.(귀국 후 검색으로 공부...) 그럼에도 의미를 떠나서 그냥 경치만 바라보더라도 너무나 아름다워서 저절로 셔터를 누르게 되었다는...

풍경에 취해 내사진도 한장... 바람이 참 많이 불었었다. 긴팔, 바람막이 겉옷이 필수!!

 

(위 다섯장 Canon AE-1 / 200 ) 필름 카메라로도 담은 불한바위의 모습. 유난히 더 사진이 잘 나온 것도 왠지 기운을 받았기 때문인같은...?!  배낭을 메고 여행하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들었다. 눈이 마주쳐서 웃으며 눈인사를 했다. 무사히 여행 마쳤기를...!

 

내일 다시 들르기를 기약하며 버스로 향했다.

길에 주인모를 두건이 꽂혀있었다. 두건때문에 더 바닷가 같은...

불한바위로 가는 입구에 있는 천막. 안에서는 다양한 기념품을 팔았다.

이모님에 구입하신 털모자. 안에는 부드러운 털이 있어서 촉감이 좋았다. 겨울에 쓰면 무지 따수울듯!

드디어 우리의 숙소 바이칼 뷰 호텔에 도착했다.

로비 카운터에는 태극기가 함께 놓여져 있었다. 우리때문인가? ㅎㅎ

로비에 있는, 바이칼 호수가 보이는 바.

나와 ㅎㅈ이가 묵은 방. 목조로 되어있는 방에는 침대 두개와 화장실이 있었다. 앙가라호텔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모든 객실에서는 바이칼호수를 볼 수 있었다. 캬아... ㅠ_ㅠ 좋다.

 

저녁을 먹으러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노을이 아름다웠다.

 

로비옆에 딸린 큰 식당. 저녁식사가 제공되었다.

 

호리병 모양의 빵에는 횡단열차 타고 오면서 사먹었던 진한캬라멜맛의 쨈이 발라져 있었다. 그때는 겉의 빵이 좀 눅눅했었는데 이 빵은 부드러워서 더 맛있었다. 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등으로 된 샐러드가 먼저 나오고 다음으로는 매우 곱게 으깬 감자와 고기가 나왔다. 뭔가 고기를 찍어먹을 케찹이나 소스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같다. (내가 소스광이라서 그런지도) 후식으로는 홍차 한 잔. 횡단열차에서 먹었던 홍차가 너무 맛있어서 여기서도 한잔 마셨다. 영국도 아닌 러시아에서 홍차에 빠질 줄이야...

 

식당으로 가는 복도에는 그림이 걸려 있었다. 색감이 여린게 곱고 예뻤다.

 

무료 사우나시설이 있다기에 가보기로 했다. 가기전에 찍은 사진 ㅋㅋ

사우나는 남자와 여자가 입구가 다르게 되어있어서 각자 옷을 원하는 만큼 벗고 (나는 왠지 쑥스러워서 속옷에 나시까지만 입었다ㅋㅋ) 사우나칸에 들어가는 구조였다. 좀 좁았는데, 다행히 혼탕이라는 말에 다들 안와서 딱 알맞았다. 구석에서 조용히 땀을 빼면서 아주머니들의 말씀을 재밌게 듣다가 나왔다. 오랜여행에 간만에 땀을 빼니 참 좋았다.

씻고나니 노곤노곤....했으나..!!!! 아..안돼 왠지 술을 마시고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일어서 로비에 있는 바로 향했다. 그리고 딴 것보다도 500루블짜리를 잔돈을 바꿔야 하기도 했다. 아까 불한바위 기념품점에서 팔찌를 사려고 했는데 500루블짜리를 내니까 잔돈을 거슬러 줄수 없다며 고개를 저어서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본점에는 500루블짜리가 제일 낮은거였는데 ㅠㅠ)

훈남이 있는(-_-*) 바로 가서 손짓 발짓으로 메뉴판을 달라고 해서 보니까, 으앙... 왤케 비싸여 ㅠ_ㅠ 한 잔에 몇백루블 했던듯... (물론 500보단 아래였다. 아... 기억했었는데 벌써 까먹었네 OTL) 잭다니엘 한 잔을 시켜서 찔끔찔끔 먹으며 미로찾기를 풀었다. (점심때 갔던 식당의 깔개가 미로찾기로 되어있었는데 밥먹으면서 풀다가 다 못풀어서 가져왔었다 ㅋㅋ)

밖에는 어른들이 모여서 술을 드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는데, 아저씨가 같이 가서 이야기하자고 말해주셔서 얼떨결에 자리에 끼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항상 대선배님 취급만 받다가 여기에 오니 나도 완전 아가아가했다...에헷☆ 내가 메뉴판에서 찾지 못했던 맥주도 거기에 많아서 홀짝홀짝 마시고 이런저런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본의 아니게 진로상담도 하고...) 재미있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밤은 깊어가고, 뒷산에 올라가자는 제안이 나왔는데 나도 어른들을 뒤따라 나섰다. 추위에 대비해서 방에가서 이불과 담요를 챙겨왔다. 후레쉬도.  TC삼촌은 자러가겠다는거 땡깡을 부려 끌고 갔다. (삼촌 힘들었겠다 미안여....)

폰카로 이렇게 달이 달처럼 찍히다니.....

 

산에서 보이는 호텔쪽 불빛들.

농활가서도 볼 수 없었던 칠흙같은 어둠은 어떤걸까. 정말 새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까. 전기가 없다는 알혼섬의 밤을 이렇게 저렇게 상상해봤었다. 그런데 정말 정말 밝았다. 달 덕분이었다. 도시에서는 달빛이 이렇게 밝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내곁에는 항상 가로등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달빛으로도 그림자가 질 수 있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항상 어둠은 부정적인, 혹은 무서운 것이었는데 (물론 일행이 있기 때문이었겠지만) 이 날의 어둠은 참 편안했고 날 차분하게 만들었다. 가끔 문학 속에서 보았던 '달빛은 나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라는 문구가 무슨 뜻인지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날의 밤을 많이 그리워 할 듯하다.

 

뒷산은 오를수록 점점 가파른 지형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를 끝까지 따라온 호텔의 개 한마리. 참 진돗개랑 많이 닮았다. 그래서 내가 진순이라고 불렀었지...ㅋㅋ

 

어른들이 가져오신 각종 술과 안주... 야호 역시 어른들의 연륜은 ^ .^)b

산신에게 고시레하는 아저씨.

옆에서 계속 지켜보던 진순이....ㅋㅋ 결국 컵라면의 반은 이놈이 먹었다고 한다.

술을 먹고 기분좋은 상태에서 한 등산은 참 즐거웠다....그래서 어른들이 산에 올라서 그리 술을 드시나... 그치만 돌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네버 금물!!!! 여기는 정말 그냥 가파른 길같은 산이었습니다....라고 합리화한다. 내려오는 길에는 TC삼촌을 붙잡고 또 찡얼대면서 내려왔는데 삼촌이 러시아에서 한 공부나 여행같은 이야기들을 해주어서 재미있었다. (다시한번 삼촌 미안여...)

방에 왔는데... 으헝 ㅠㅠ 새벽 3시가 넘어서 도착한 나머지 나의 룸메가 나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버렸다. 우짜지 ㅠㅠㅠ 발을 동동 구르며 로비에서 잘까 하다가 다행히 같이 산에 가셨던 이모님들이 방에서 재워주셨다.ㅠㅠ 바닥에서 자도 감사한데 자신은 바닥이 좋다며 침대에서 자라고 하셨다는... 아 정말 너무 감사했다 ㅠㅠ

 

 

* 검색출처 : BK투어 사이트,  http://cafe.naver.com/gotoasia/10224http://choibongok.com/80197424774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